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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직할 만한 책

외투(니콜라이 고골, 문학동네)

by Minsung Kyung 2020. 11. 6.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 ‘외투’를 읽다가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본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떠올랐다. 주범들이 돈과 함께 사라진 채 일부 가해자들만 구속되었다. 그들이 제출한 고발장, 탄원서 그리고 여러 차례의 집회에도 피해보상은 요원해 보였다. 그들은 그 프로그램이 마지막 보루인 것처럼 자신들의 억울함을 눈물로 호소했다.

‘외투’의 주인공 아카키는 길에서 두 사내에게 외투를 빼앗겼다. 그는 자신의 외투를 되찾기 위해 말단 순경부터 경찰서장 그리고 고관까지 찾아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게 된다. 그가 도움을 청하자 말단 경관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경찰서장을 찾아가 보라고 일러주었다. 경찰서장은 그의 말을 듣기 보다는 외투를 빼앗긴 그의 부주의함을 추궁할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고관을 찾아갔다. 하지만 고관은 그의 말을 듣기도 전에 절차를 무시한 방문이 자신의 권위를 훼손시켰다며 불쾌해 할 뿐이었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억울함을 이해받지 못한 아카키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카키의 죽음 이후 거리에 유령이 나타나 사람들의 외투를 빼앗아 가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날 고관 역시 유령과 마주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아카키의 유령이었다. 유령은 고관의 과거 행태를 나무라며 자신의 잃어버린 외투 대신 고관의 외투를 빼앗아 입고는 사라지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누군가에게 우리는 말단 경관, 경찰서장, 고관처럼 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외투가 강탈당했을 때는 반대로 우리 역시 심드렁한 그들을 만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작가 니콜라이 고골은 책의 말미에 재미있는 부분을 하나 묘사했는데 그것은 바로 유령에게 외투를 빼앗긴 후 고관의 변화된 모습이다. 유령에게 외투를 빼앗긴 후 고관은 전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변화는 가능하다. 상대의 입장에 서보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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