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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11

시작한다면 완성된다. (도라지생채, 섭산적) 효율성과 비효율성 집에서 탕수육을 집적 튀긴 적이 있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내가 탕수육을 좋아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맛있는 탕수육은 비싸다는 이유였다. 동네 중식집에서 파는 질기고 맛없는 탕수육을 먹을 바에야 내가 직접 만들어 볼 요량이었다. 과정은 의외로 간단했다. 신선한 돼지 등심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입히고 감자전분 반죽을 입혀 튀기는 것이다. 신선한 기름을 이용해 튀긴 탕수육의 맛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소스 또한 간장, 설탕, 식초 그리고 감자전분 물을 이용해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이후로 나는 쉐프보다 내가 탕수육을 더 잘 만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런 경험 끝에 든 생각은 효율성에 관한 것이다. 음식을 직접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시간, 비용 그리고 쏟은 노력을 .. 2020. 11. 24.
시작한다면 완성된다. (생선양념구이, 완자탕) 신속하다. 급하다. 첫 직장을 구할 때까지 몇 번의 면접을 거치면서 대답하기 어려웠던 질문은 바로 나의 장단점에 대해 대답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대답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내가 솔직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답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장단점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면 까짓것 대답 못 해줄 이유는 없었다. 단점을 말하는 것만이 어려운 것인가 하면 그렇지만도 않았다. 딱히 장점이라고 여겨지는 것도 명확하지 않았다. 결국 장단점 어느 것 하나 선명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10년 가량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제야 나의 장단점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중에서도 이제야 명확하게 인식하게 된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내가 급한 성미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일을 하면서도 그림을 그리.. 2020. 11. 18.
시작한다면 완성된다. (생선찌개, 생선전) 피아노 학원은 엄마의 욕심이었다. 초등학생이던 나는 피아노 학원에 마음을 두지 못했다.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게 된 것은 그녀의 아들이 피아노에 재능이 없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당시 그 학원의 원장선생님은 엄마앞에서 나의 재능 없음을 공식적으로 시인하고 말았다. 얄궂게도 서른이 넘어서 피아노가 다시 치고 싶어졌다. 그래서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 스스로 선택한 것인지 재미가 붙었다. 몇 개월간 꾸준히 연습해서 4곡을 치게 되었다. 유려한 소리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으나 삶의 작은 기쁨이 되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문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피아노를 치지 않은 지 몇 개월이 흘러버렸다. 어렵게 연주했던 곡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어 다시 건반에 손을 대니 신기하게도 손가.. 2020. 11. 17.
시작한다면 완성된다. (오징어볶음, 미나리강회) 요즘은 뜸하지만 한창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요리에 문외한이던 나는 저들이 왜 저렇게 정신없이 움직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유명 요리 학교를 졸업한 이들이나 경력이 있는 사람들조차 정신없이 부산스러움을 떨어댔다. 지금에서야 그들이 왜 그렇게 바삐 움직여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주어진 시간을 조금도 낭비하지 않아야 요리를 완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움직임은 번잡스러움이 아닌 목표에 대한 과몰입 상태였던 것이다. 단 한 번의 시연을 보고 똑같이 구현해 내려면 온 정신을 집중할 수 밖에 없다. 과몰입 상태로 나를 몰아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요리 수업을 듣고 오는 길은 항상 위험하다. 몸과 정신이 한껏 진정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오징어볶음과 미나.. 2020. 11. 12.
시작한다면 완성된다. (두부젓국찌개, 비빔밥) 영업직원들에 대한 고객평가를 정리하면서 탁월한 수준의 고객 응대를 행한 인원들을 추려본 적이 있다. 매달 보통 천명 정도의 고객 회신이 있는데 이중 약 삼십명의 고객이 영업직원의 응대가 탁월하다고 말한다. 3% 수준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분야에서 탁월한 인원은 약 3% 수준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직장인을 위한 야간반 이지만 탁월한 솜씨를 보이는 사람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을 질투하지는 않는다. 내게 요리는 취미이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내게도 탁월한 영역이 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아마도 이 생에 없을 수도 있겠지 싶다. 물론 반드시 탁월한 영역이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못내 아쉽다. 그 아쉬움 탓에 탁월한 이들을 대.. 2020.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