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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ys)

마음을 읽다_Day 4(작가를 생각한다.)

by Minsung Kyung 2020. 11. 2.

작가란 글을 쓰는 사람이다. 바꾸어 말하면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작가가 아니다. 작가였으나 더는 작가가 아닌 이들이 많은 탓에 작가로 남아 준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최근에 조경란 작가의 '후후후의 숲'을 읽었다. 극도로 짧은 소설을 손바닥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 책은 30편의 손바닥 소설로 엮인 책이다. 빙긋이 웃게 되는 편이 있는가 하면 어느 편은 먹먹하고 참으로 다양한 감정이 한권에 담겨 있었다. 책의 마지막 편인 ‘후후후의 숲’에서 작가는 행복에 관해 생각해 볼만 한 이야기를 건넨다. 만약 우리에게 언제든 찾아가 머물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이 있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후후의 숲’은 행복을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후후후의 숲’이 단지 공간만을 의미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규정지어지지 않은 어떤 것 일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 활동, 향, 색, 기억 그 무엇이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잠시 고민하게 된다. 내게는 ‘후후후의 숲’이 있는가.

 

조경란 작가님, 계속 작가로 남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평론가, 시인, 방송인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를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김갑수라는 사람이 있다. 딱 봐도 반골 기질이 있는 사람인데 그것이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다. 왠지 그에게 정이 간다. 그 역시 자신만의 ‘후후후의 숲’을 가지고 있는데 그의 작업실이 바로 그것이다. 그의 작업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커피 관련 도구와 LP판 이라고 한다.

우연히 그의 책 ‘작업 인문학’을 읽게 되었다. '작업 인문학' 제목만 들어서는 이성을 꾀는 방법이 가득할 거 같지만 실은 커피와 음악에 대한 책이다. 제목과 내용이 다르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말한다. '작업'은 결국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이야기를 나눌 만한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가장 좋은 콘텐츠는 바로 커피 그리고 음악 이라는 것이다. 나는 저자의 주장에 반박은커녕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무척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 로부스트와 아라비카의 차이, 저가 커피 브랜드에서 자신들이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는지 밝히고 싶어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짐작할 수 있었다. 향후 누군가에게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블루스코드에 대해서도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기회가 올지 아직은 모르겠다.

 

김갑수 작가님 고마워요. 계속 무언가를 써주길 기대합니다. 그래야 제가 당신에게 다시 한번 인사 할 수 있으니까요.

 

최근 들어 하고 싶은 일이 두 가지 떠올랐는데, 이것도 ‘후후후의 숲’일까 하고 생각해 본다. 얼마 전부터 진짜 피아노 소리가 그리워졌다. 거주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전자 피아노의 소리가 못내 아쉽다. 마지막으로 바닷가에 누워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투명한 바다를 바라보고 싶다.

 

‘숲’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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