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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ys)

마음을 읽다_Day 3(음식배달 앱)

by Minsung Kyung 2020. 10. 24.

집중하고 있지 않은 상태로 있다 보면 생각은 어느새 먹는 것으로 모인다. 그래서 음식배달 앱을 찾으려 핸드폰을 들여다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제야 며칠 전 음식배달 앱을 삭제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시 깔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각오가 무색하게도 다시금 음식배달 앱을 설치했다.

치킨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써 놓은 포스트잇이 컴퓨터 모니터 하단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치킨 범주 대신 한식 범주를 검색했다. 삼겹살을 배달해 주는 가게들이 부쩍 눈에 띄었다. 후기를 쓸 경우 김치찌개 혹은 고기를 조금 더 주겠다는 이벤트를 보며 무슨 선택이 더 좋을지 한참을 생각하다 결정을 하고는 결제하기 직전, 나는 다시금 생각에 빠졌다. ‘꼭 먹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딱히 만족스러운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배가 고팠다기보다 허전한 마음에 음식이 생각났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곧바로 앱을 삭제했다.

 

우버에 자문을 해주던 어느 대학교수의 영상이 떠올랐다. 그가 말하길 우버에서는 운전자에게 여섯개 정도의 콜을 끊임없이 제공한다고 한다. 손님 한명을 내려주고 나면 이어서 바로 다음 손님을, 그렇게 여섯 개 정도의 콜을 끊임없이 전달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버 기사가 운행을 계속할지 중단할지 고민하지 않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여섯콜 정도를 수행한 운전자는 더는 운행 지속여부를 고민 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비슷한 예로 온라인 업체들은 대부분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결제를 하려면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등의 번거로운 잡업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간편결제 시스템이 도입된 후에는 단 몇 개의 숫자를 누르거나 손가락 하나만 가져다 대면 결제가 끝난다. 예전보다 훨씬 편리하지만 그 이면에는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해빗의 저자 웬디우드는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과정상의 장애물을 만들라고 충고한다. 소비의 영역에서도 이 조언은 유용해 보인다. 기업들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여유가 주어지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거기에 대항하려면 잠시 숨 고르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아침 무엇을 먹을지 다시금 고민에 빠졌다. 이번엔 배가 고픈 것이 확실했다. 무엇을 먹어야 만족스러울까 고민하다 생각은 어느덧 경험의 영역까지 뻗어갔다. 내가 가진 데이터베이스가 풍부하다면 선택만이 남겠지만 나는 만족스러운 선택지를 구성하지 못했다. 이래서 풍부한 경험은 중요하다. 데이터베이스가 빈약하니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김연수 작가가 말하길, 혼자만의 경험은 기억에 머무를 뿐이고 둘 이상이 함께 한 경험이어야 추억의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갑자기 추억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바로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작게는 음식부터 크게는 인생까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선택지 구성을 위해 활용되려면 기억으로는 부족하다. 몸을 넘어서 마음에 새겨지지 않는 것은 쉽게 증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추억에는 맛과 향을 비롯해 감정까지 남아있다. 그 정도는 되어야 선택지를 구성할만한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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