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묵었던 비즈니스호텔 1층에 위치한 작은 커피숍(고메다 커피)에서 주문한 커피와 토스트. 그때의 여유로움과 편안한 감정이 아련하다.
어느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호캉스가 여행이 될 수 있는 이유는 호텔 방에 있는 물건들 어느 것도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공간에 있는 물건들은 단순히 물건을 넘어서 나와 함께 해 온 시간 속에서 다양한 감정이나 기억을 머금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물건들을 보면서 좋았던 혹은 싫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물건들을 보면서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르게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즉 우리를 둘러싼 물건들 나아가 공간 속에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다. 하지만 호텔이란 공간과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은 우리 것이 아니다. 실질적, 감정적으로 연결된 것이 전혀 없다. 다시 말해 어떤 생각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비로소 우리는 생각을 멈춘 채 온전히 쉴 수 있는 것이다.
고메다 커피에서의 시간이 그러했다. 당시 휴가 중이었기에 회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었고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 있었기에 기존의 경험으로부터 떠오를 법한 생각조차 없었다. 머리가 상당히 가벼웠었다. 그런 상태로 이른 아침 호텔 1층에 위치한 커피숍에 앉아 커피와 토스트를 주문했다. 당시를 회상해보면 따뜻함과 편안함이란 기억만이 가득하다. 그 시간 그 장소에서는 걱정도 계획도 우려도 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았고 오직 커피 향과 버터 향만 있었을 뿐이었다.
내가 카페를 이용하는 주된 목적은 책을 읽기 위해서다. 그래서 내가 카페를 고르는 기준은 편안함이나 안락함 보다는 싼 값으로 장시간 있을 수 있는지다. 그러다 우연히 이 사진을 꺼내 보았다. 그리고 스스로 묻는다. 근래에 내가 생각을 멈추고 오롯이 커피 향과 버터 향에 취해본 적이 있었나. 편안함과 안락함에 몸을 맡긴 적은 언제쯤이었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당분간 카페에 가는 것은 불가능 하다. 하지만 언젠가 카페가 다시 문을 열게 된다면 생각을 잠시 멈추고 그 당시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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