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days)

시작한다면 완성된다. (유화_돌고래)

by Minsung Kyung 2020. 9. 27.

 

회사 밖에서 삶의 활력을 찾기 시작할 시기에 눈에 띈 것은 성인 미술 클래스였다.

 

첫째이자 아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어머니 덕분에 시골임에도 컴퓨터, 피아노, 미술 학원 등을 다닐 수 있었다. 여동생은 내가 학원이 끝나길 기다려 함께 놀곤 했다 기억이 난다.

여담이지만 집안의 자원이 나에게 과도하게 몰린 것에 대해서 여전히 죄책감이 든다. 그 죄책감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투입한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 했던 것도 한몫한다.

컴퓨터 학원은 당시로서는 생소한 컴퓨터 게임을 하기 위해서 다녔었고 피아노 학원에서는 나의 집중력에 비해서 실력이 도통 늘지 않아 어머니에게 미안해하던 원장 선생님만 기억에 남는다. 미술은 기억조차 안 난다.

 

뇌 과학에 따르면 소뇌(목 뒤편으로 머리와 만나는 곳에 위치)가 발달한 사람이 예체능에 능하다고 한다. 소뇌가 발달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운동이나 그림, 악기 연주와 같은 섬세한 움직임을 더 잘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소뇌는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 작품 한 작품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 열 작품을 완성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열 작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림들에 대해서 100% 지분을 가진 것은 아니다. 미술을 전공한 선생님들의 지분도 일정 부분 있다. 그러나 시도했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으며 결정적으로 포기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내 그림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으나 언제라도 다시금 의욕이 솟구치면 모를 일이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생각난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성인 미술 클래스는 우리 주위(인스타, 블로그 검색)에 많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실력이 출중하다. 그들의 소뇌는 대단히 발달돼 있을 것이라 추정된다. 왜나하면 그들은 도구 없이도 곧은 직선이나 원 등을 수월하게 그려내며 순식간에 색을 파악하고 배합해내기 때문이다.

 

둘째, 비용은 학원마다 각기(지역, 1인/다인 수업) 다를 것이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회당(2시간) 약 3만 원가량(2년 전 인천, 지역/ 현재 물가 상승률 감안 필요) 이었다. 한 타임당 8명 정도의 수강생이 있었으며 선생님은 한 명이었다. 이것도 학원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물감이나 붓을 비롯한 그림도구는 무료로 사용 가능했으나 캔버스나 종이는 직접 사야 했다.

 

셋째, 성인 미술이기에 학생들처럼 배우는 것보다, 두 클래스 정도의 기본적인 소묘 시간 이후부터는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바로 그리게 된다.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말이지만 어떻게든 완성은 된다. "시작한다면 완성된다."

 

넷째, 몰입을 경험하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두 시간이 금세 사라진다.

미술치료라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어렴풋이나마 왜 미술이 치료의 한 방편으로 쓰이는지 알 것 같다. 무엇이든 그리고 있는 동안 나는 사라진다.

 

다섯째, 함께 있는 것은 중요하다. 한 다큐멘터리에서 뛰어난 학습능력을 보이는 학생들의 공부습관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항목이 눈을 끌었다. 우선 그들은 타인에게 설명을 잘하고 그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체득화된 것이겠으나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설명할 수 있다. 더해서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부분도 다시금 정리할 수도 있다. 고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모른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두 번째 항목은 바로 함께 한다는 것이다. 공부란 지난한 것이고 결정적으로 외로운 행위다. 그 외로움을 걷어내지 않으면 금세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공부는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함께 한다는 것을 오해할 소지가 있는데, 이는 그룹 스터디를 말하는 것이 아닌 나 외의 누군가가 함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도서관이나 독서실을 들 수 있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가족들이 머무는 집 거실에서 공부하는 것을 자신의 방 안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자신의 방에서 외로이 공부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

집에서 집중하기 힘들 때 우리는 카페에 가곤 한다. 왜 카페일까? 바로 그곳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겠으나 집중하려 한다면 우리는 타인이 존재하는 공간 속에 함께 있어야 한다.

나 역시 집 거실에서 혼자 그리고자 했다면 10작품이나 완성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타인이 있는 공간에서 당신의 집중력은 살아날 것이다.

 

여섯 째, 그림은 거실 인테리어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가 된다.

 

마지막으로, 유화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짧은 지식으로나마 유화가 완성되려면 한두 번의 채색으로는 안된다. 개인적으로 네 다섯 번쯤 덧칠해야 했는데 한번 칠 한 후에는 기름이 날아갈 만큼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작은 것들은 1~2주였고 큰 사이즈의 그림들은 기름이 날아가는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드는 작업이다.

 

Ps. 큰 그림이 보기에도 장식하기에도 좋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