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 지 오래되었건만 가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켜보곤 한다. 중학생 시절 이 게임을 접했을 때 받은 충격은 실로 놀라웠고 나는 이내 이 게임에 빠져 들었었다. 팀을 먹고 상대 팀과 겨루다 보면 긴장감에 손이 떨려 올 때도 있었다.
이제 그때 느꼈던 긴장감과 흥분이 더는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 유튜브를 통해서 스타크래프트 방송을 본다. 그러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접하곤 하는데 그것은 바로 불공정한 경기에 관한 것이다. 자신이 유리하도록 경기가 펼쳐질 맵을 조작하거나 상대의 상황을 다 볼 수 있도록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경기를 하는 일부 사람들, 그것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비단 게임 뿐만 아니다. 최근 타인의 글을 도용해 다섯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사건이 있었다. 어느 수영선수는 불법약물을 사용해 자격정지를 받기도 했다. 별 다른 이득이 없는 게임 내 승패부터 큰 금전적 이득이 걸린 공모전이나 스포츠 경기까지 이러한 불공정함은 심심치 않게 존재한다. 과거의 일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람들은 정의를 갈구한다. 동시에 사람들은 타인의 사랑 혹은 인정 역시 갈구한다. 이 양자 간의 줄다리기에서 타인의 사랑이나 인정에 목마른 이들은 정의로움을 내던진다. 상대에게 내 강함을 인정받거나 빛나는 금메달이나 트로피를 SNS에 올려 타인의 사랑을 구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승리자가 되어 개선문의 주인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나 타인의 환호가 없는 시간, 홀로 자신을 마주해야 되는 시간이 되면 어떨까? 그곳에는 자부심 대신 부끄러움이 자리 잡지 않을까?
그런데 만약 그들의 뇌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부끄러움을 저 무의식 속에 박제해 버릴 수 있다면, 그만큼 스스로 충실한 뇌를 가진 이라면 부끄러움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수단은 법과 제도일 것인데 우리의 법과 제도가 사람들에게 청량감을 줄 만큼 정의로운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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