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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직할 만한 책

인간이 그리는 무늬(최진석, 소나무)

by Minsung Kyung 2020. 12. 10.

멋대로 살아 보세요.

 

인문학자 강신주 박사는 몇몇 강연에서 인문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문학이란 사람을 해제하고 분해하기에 결코 친절하지 않아요. 아니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어요.” 인문학적 통찰은 자신의 남루함을 스스로 응시하게 만들기에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인문학적 삶을 말하는 이들 역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나 ‘인간이 그리는 무늬’는 인문학적 삶을 말하면서도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는 몇몇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살면서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충고하지 않기, 둘째는 충고 듣지 않기, 여러분 한번 멋대로 살아보세요.” 그래서인지 이 책은 지진처럼 파괴적인 진동이 아니라 부드러운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인문학에 있어 통찰이란 무엇인가. 둘째, 통찰이 없는 삶이란 어떠한가. 마지막으로 통찰이 있는 삶, 다시 말해 내 안에서 발견한 욕망을 긍정하며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 인문학적 삶으로 나아감이 그것이다.

 

인문학의 통찰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정치적 판단과 결별하는 것이다. 정치가 선택을 강요한다면 인문학은 판단하기 보다는 흐름을 유추한다. 사건의 방향이 어디로 흐를 것인지 한발 앞서 그곳에 가 보는 것 바로 그것이 인문학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그는 질문을 제시한다. 어떠한 현상이나 사건에 대해 좋다 혹은 싫다 같은 정치적 판단과 결별하고 질문해 보는 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인문학적 통찰의 첫걸음인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생각, 이념 등을 나의 것으로 착각하고 그것에 맞추어 행동하는 한 나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슬로건 하나를 제시한다. ‘나를 우리에 가두지 말자’

 

그에 따르면 우리는 경계에 서야 한다. ‘경계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자유로운 이가 되었을 때 우리는 외부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살아갈 잣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하여 작가는 낯섦이라는 개념을 내놓는다. 낯선 것은 우리는 살아있게 하는 동력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의 종착역으로 욕망을 정했다. 앞서 언급한 모든 것은 우리의 욕망이 아닌 나의 욕망으로 살기 위한 준비 작업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이상향 앞에서 개인은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의 것 즉, 기존의 것에서는 창의성이 자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창의성과 행복은 우리의 틀이 아닌 나만의 틀에서만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창의적이길 원한다면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나는 나로 우뚝 서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에 매몰되지 않고 나를 유지하는 것, 그것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용기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저자는 뒤를 돌아보는 힘이라고 말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는 책에서 타조 잡는 법을 소개하는데, 타조는 누군가 쫓아 온다고 생각하면 도망치다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땅에 고개를 처박고 두려움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그래서 타조를 잡는 것은 그들이 쫓기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타조는 위험을 확인하기 보다는 우선 달리고 스스로 두려움에 압도된다. 타조는 용기 없는 사람과 같다. 용기 없는 사람은 두려움을 직시하지 못한다. 설령 그것이 허상일지라도 허상임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용기 있는 사람은 고개를 돌려 그 두려움, 위험을 확인한다. 실제일 수도 허상일 수도 있는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멋대로 살기 위해서는 뒤를 돌아볼 용기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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