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에서 따스한 햇살을 맞이하는 여성. 매끈하면서도 구릿빛 종아리에 눈이 가서 이 그림을 따라 그리게 되었다. 원작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내가 그린 것이 더 좋아 보이는 것은 이 그림에 애정이 깃들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세 가지 요소가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첫 번째는 종아리의 색과 표현된 질감으로 인해 이 여성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두 번 째는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표현된 하얀 커튼이 이 여성과 함께 멋진 구도를 이룬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해가 표현되지 않았음에도 그림 가득 따스함이 깃들었다는 점이다.
삶이 전반적으로 차가운 기운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전반적으로 삶을 감싸는 기운, 성향 그리고 기질 심지어 어울리는 색 조차도 차갑고 메마른 것으로 점철된 느낌이다.
노란색이 연상되는 사람을 본적이 있다. 보이는 것부터 말하는 것까지 따스함이 가득했는데 그게 그렇게 좋아 보였다. 왜 누구는 파란색이 되고 누구는 노란색이 되는 것일까?
적은 나이도 아니고 많은 나이도 아닌 어정쩡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 시기에 느껴지는 것 중의 하나는 따스한 것이 점점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림 속 여성처럼 발코니에서 서서 온몸으로 따스한 햇살을 느끼고 싶다. 필시 저 여성의 눈앞에는 푸른 해변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오래 전 도시가스공사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의 용건은 겨울철 임에도 도시가스를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는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1인 가구였기에 생존 여부도 겸사겸사 확인하는 듯했다. 전화를 받고 나서 느낀 것 중 하나는 감탄이었다. 우리나라가 이런 것까지 신경 써 줄 정도로 발전된 나라구나 하는 감탄. 살기 힘들다 해도 행정의 디테일이 이 정도라니, 이 정도면 세계에서 손꼽히는 괜찮은 나라임이 틀림없다.
겨울이 왔다. 보일러는 잘 돌아가고 방은 따뜻하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이 따뜻함과 저 여성이 느끼는 따스함과는 분명 차이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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