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days)

마음을 읽다_Day 20(Personality Inventory)

Minsung Kyung 2021. 3. 1. 21:50

성격 유형검사 쿠폰을 구매했다. 나를 위해 쓰고자 했다면 쿠폰을 구매할 것이 아니라 즉시 비용을 결제하고 검사를 진행하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쿠폰을 구매한 것은 내 성격유형이 아닌 상대의 것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나아가 함께 시간을 보낼 구실로도 좋을 것이란 생각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 쿠폰을 사용하지 않고 환불해버렸다. 만 원 남짓한 돈이 아까울 리는 없었다. 잠시 멈추고 다시금 생각을 불러일으키자 그녀의 성격유형을 알아내는 것이 어떤 효용을 주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또한 시간을 함께 보낼 구실이라면 차라리 맛있는 것을 사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설명할 수 없는 이유 그리고 그녀와 나의 성격 프로파일을 공유한다는 것에서 우리가 얻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쓰메 쇼세끼는 요즘 사람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맞선보는 심정으로 지낸다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상대의 마음을 신경 쓰느라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라는 것이다. 나 역시 상대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 하는 것은 어떠한 이득도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더 어지럽게 할 뿐이다.

 

'행동이 전부다.' 얼마 전부터 떠오른 말이다. 생각과 말은 보이지 않고 허공에 흩날려 사라진다. 영화'와 위민 원츠'란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은 여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는 여성들의 진심과 거짓을 가려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들을 수 없다. 그렇다면 가늠할 수 없는 상대의 생각과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물론, 이는 우리 자신에게도 적용된다. 상대가 인지할 수 있는 것은 행동 뿐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내어주는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수고로움을 통해서 서로를 읽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상대의 성격 프로파일을 안다고 해서 내가 지향하는 바가 달라질 일은 없다. 달라질 것이 없는데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은 쓸모없는 짓이고 쓸모없는 짓을 알았으니 그만두었다.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천재적인 지적 능력으로 지식을 뽐내던 윌(맷 데이먼)에게 숀 교수(로빈 윌리암스)는 네가 설명하고 있는 그림이나 책 공간을 느껴본 적이 있는지 묻는다. 그것들의 촉감이나 냄새를 경험해 본적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다. 윌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지식은 혀에서 머무를 뿐 마음에 도달한 적이 없었다.

우리는 겪어봐야 한다. 상대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 즉 안다는 것과 그것을 경험하고 부딪혀 보는 것은 그 무게감이 다를 것이다. 우리는 생각을 멈추고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진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