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days)

마음을 읽다_Day 2(김밥과 노동)

Minsung Kyung 2020. 10. 1. 09:15

네 아빠가 그랬어. 뱃속에 너 있는 거 알고 돈 제일 많이 벌어 왔어.” (스토브리그 6, 이세영팀장과 엄마의 대화 중)

 

혼자 못사는 것도 재주라는 책의 저자 우치다 타츠루에 따르면 노동은 타자의 존재로 인해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의미 없는 노동은 지속되기 어렵다.

 

그래서 일을 지속하고자 한다면 카드 할부 제도를 이용해 고가의 물건을 구매할 것이 아니라 벌어들인 돈을 함께 소비할 타인을 만나야 한다. ‘나를 위한 선물이 아닌 너를 위한 선물이 우리에게 노동의 의미를 가져다 줄 것이다.

 

김밥이 싸고 싶어졌다.

딱히 김밥을 먹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김밥이 화제에 올랐을 때 갑자기 김밥을 싸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심지어 김밥을 싸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김밥 싸는 일이 대체 왜 흥분될 것이라 느꼈는지 모르지만 상상만으로도 재미있었다.

 

대 여섯 시간을 들여 싼 김밥을 가지고 그녀를 찾아가서 몇 개를 직접 먹여 주었다. 그녀가 삼키기도 전에 다시 김밥 한 알을 들어 먹여주려고 대기하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혹시 당신이 처음으로 김밥을 싸고자 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첫째, 밥이 맛있다면 김밥은 맛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밥의 맛이란 밥의 품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간을 어떻게 하느냐를 말한다. 나는 건강을 위해 밥에 소금과 참기름만 넣었으나 맛소금을 추가로 넣었어야 했다. 맛소금을 넣으면 가게에서 파는 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둘째, 특별히 애정을 담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전처리 과정이 끝난 재료를 구매하길 권하고 싶다. 예전엔 김밥이야말로 서민음식의 대명사이기에 당연히 저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재료만 넣고 돌돌 마는 김밥집의 풍경 이면에는 다듬고 썰고 볶고 부치는 과정이 숨어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어느 것 하나 사람의 손이 안 가는 과정이 없고 그 시간도 상당히 요한다. 그래서 김밥은 비싸도 된다.

개인적으로 스무 장 들이 김 한 봉지를 다 소진할 욕심에 무리한 면도 있지만 재료 손질부터 시작해서 모든 과정을 마무리 하는데 대 여섯 시간이나 걸렸다.

 

마지막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야 김밥을 싸게 된다. 아니면 김밥가게에서 몇 줄 샀으면 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