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_1(심리학 좋아하세요?)
작년 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 전공으로 지원했었다. 서류심사와 면접으로 이뤄진 전형절차는 다소 싱겁게 끝났다. 아마도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특수대학원이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당연하게도 면접관은 대학원에 지원하려는 이유를 물어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굳이 대학원에 진학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왜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하는가? 이에 대해서 말해야 했었다. 입학원서를 내기 전 나 또한 면접관과 동일하게 나에게 물었었다. 그렇게 묻고 물어 내가 찾은 답은 바로 '공부를 하기 위해서 지원했습니다.'였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공부란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관한 공부를 의미했다. 나는 심리학에 관심이 있고 나는 그 분야에 관한 공부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이제 질문은 마지막 대 단원을 향해 달려간다. 대학원이 아니라도 공부를 할 수 있지 않나요? 나는 웬디우드의 'Habit'이란 책을 들어 환경의 힘에 대해 얘기했다. 웬디우드에 따르면 사람의 의지는 믿을만한 것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무언가를 실행하고자 한다면 의지를 북돋울 것이 아니라 환경, 즉 나를 둘러싼 외부의 것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공부를 하고자 한다면 도서관이나 학교에 가야 한다. 살을 빼고자 한다면 배달앱을 삭제하고 운동시설이 지척인 곳으로 집을 옮겨야 하는 것이다. 사랑하고자 한다면 상대와 자주 마주쳐야 한다. 나는 제도권으로 들어오고 싶다고 말했다. 공부란 매우 지난한 과정이다. 그 과정을 버티려면 공부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 나를 몰아넣을 필요가 있다. 결코 저렴한 비용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큰 비용을 감수하고 갖춰진 환경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학원에 지원했다.
이어서 면접관은 심리학을 공부해본 경험이 있는지 물어왔다. 나는 과거 심리대학원을 목표로 스터디 했던 경험을 말해주었다. 더해서 가끔 심리학 교재를 보아왔음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인상적이거나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지 물어왔다.
이 글을 포스팅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질문 때문이다.
당시 나는 전형적인 답을 했었다. 프로이트, 융, 아들러, 게슈탈트 심리학, 마음챙김 등을 언급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의미 없는 대답일 뿐이었다. 내가 지금 다시 이 질문을 받게 된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심리학 분야에 위대한 족적이나 이론을 남긴 이들의 유아기나 청소년 시절은 왜 다들 불행했을까? 그것이 제가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 어떤 의아함 입니다."
심리학 교재는 보통 심리학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프로이트, 융, 아들러를 따라 나아간다. 그리고는 각종 심리학 이론의 발전과 해당 이론의 주요 인물들을 소개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 흐름을 따라 읽다 보니 위대한 이론가들의 어린 시절에 따스함이 깃들어 보였던 적은 한 번도 없어 보였다. 형제의 죽음, 부모의 이혼, 학대, 부적응적인 학교생활, 신체적 결함, 이성으로부터의 거절 등 인간적인 승리가 탄생할 수 밖에 없을법한 환경에 심리학의 거장들이 놓여있었던 것이다.
내가 숨기고 싶었던 생각은 이렇다. 심리학, 즉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것에 매료된 사람들은 어쩌면 자신의 불행의 근원을 탐구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은 아닐까? 행복한 사람들이 굳이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할 이유가 있을까? 심리학이란 불운한 혹은 불행한 이들이 그 근원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학문이 아닐까?
의구심은 이제 나에게로 향한다. 나는 왜 심리학이 재미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