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다_Day 12(책망)
Do not beat yourself up
언젠가부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있어서 긍정적인 혹은 밝은 주제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자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지금도 가급적 힘든 일을 나누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 나의 삶과 마찬가지로 상대의 삶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인데 내가 굳이 어려움을 상기시키거나 짐을 얹는 존재가 되는 것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이야기만 나누고 싶다.
분노, 실망, 후회와 같은 부정적인 것들은 타인이 아닌 내 자신과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글은 내게 쓰는 것이다. 쓰다 보면 굳은 마음이 풀어지기도 하는데 그것을 바라는 마음도 있다.
얼마 전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김광규'라는 배우가 출연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다. 그 프로 중간에 과거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이 있었다. 그 배우는 전세금 사기를 당한 자신을 스스로 때렸던 것에 대해 과거의 자신에게 사과하는 내용으로 편지를 채웠다. 그는 과거의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때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 배우의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은 사기꾼이었는데 그는 되려 자신을 탓했다. 그처럼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책망한다. 좀 더 알아보고 치밀하게 대처하지 못한 자신이 한심한 것이다. 그래서 상대에게 주먹을 뻗기 보다는 내 가슴을 친다.
얼마 전 치료받지 않아도 될 치아를 치료하게 된 적이 있었다. 의사와 같은 전문가라면 그가 알고 있는 전문적 지식을 바르게 사용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치료 중간에 방문하게 된 다른 치과에서는 진행 중인 치료에 대해 의아함을 표했다. 굳이 왜 이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때 나도 그 배우와 같은 심경이었다. 미련한 선택을 한 것에 대해 내 가슴을 쳤다. 다시 원래의 상태로 회복할 수 없는 치아 두 개의 상태보다도 어리숙했던 나를 먼저 책망했다. 전문가는 내게 선택을 종용했다. 선택에 대한 설명이 없었을 뿐이다. 어리숙하게도 난 전문가의 직업윤리를 당연시했다. 당연히 내게 이로운 선택을 제시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직업윤리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나의 관계는 동등할 수 없다. 그들에게 대적하려면 높은 곳을 향해야 한다. 결국 분노는 낮은 곳으로 향한다.
책망하는 마음이 들면 시간을 흘려보내야 한다. 시간이 지나야 책망은 경험이 되거나 에피소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