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days)

마음을 읽다_Day 6(그녀의 사진)

Minsung Kyung 2020. 11. 14. 16:10

여성보다 남성이 자기 외모에 대해 후한 평가를 한다고 하는데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이 드문드문 든다. 그러나 사진으로 찍은 모습을 보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사진 속 내 모습을 응시하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그러다 간혹 잘 나온 사진을 건지면 신줏단지 모시듯 하다가 소개팅에 유용하게 써먹곤 한다.

 

근 몇 년간 소개팅을 상당히 많이 했다. 좋았던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들이 혼재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상대방의 사진과 실물의 차이를 알게 되는 순간이다. 아마도 몇번은 경직된 표정을 상대에게 들켰을 것이라 생각한다.

상대의 외면이 아니라 내면을 보라는 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내면을 보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소개팅이나 선 자리에서 통용되기는 힘들다. 또 하나 우리는 정신과 신체가 모두 건강한 상대를 기대한다. 우리가 외모를 보는 것은 어쩌면 본능적으로 상대의 건강함을 파악하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이 아닐까 한다. 신뢰를 쌓으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직은 신뢰할 수 없는 상대의 말과 꾸며진 행동보다는 외모에서 상대의 건강함을 발견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많은 작가들이 건강한 정신은 뚱뚱한 육체에 머물 수 없다고 말하곤 한다. 외모지상주의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밝은 생각과 행동 등이 수없이 반복된 삶 속에서 외모가 흐트러졌다는 것은 여간해서 믿기 어렵다.

 

입사를 위한 증명사진외에는 사진에 수정을 가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그녀들의 사진이다. 누군가라도 대답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녀들은 대체 무슨 이유로 자신과 동일인이라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진을 만들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