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한다면 완성된다. (한식_화양적, 지짐누름적)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인 유전자에' 따르면 우리는 하나의 컨테이너다. 인간은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그릇이라는 말이다. 인간의 행동 역시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일련의 프로그램이라는 결론이다. 비혼이나 자식을 남기지 않는 것은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는 인간의 종을 유지하는 데 있어 적합하지 않은 유전자를 도태시키는 행위로 해석될 수도 있다. 결국 인간이란 종을 유지하는데 긍정적인 유전자는 전승되며 그렇지 않은 유전자는 도태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성 인자만이 유전자를 통해 전승되는 것은 아니다. 간간이 열성 인자 또한 함께 전승되곤 하는데 내게는 피부 관련 문제가 그랬다. 이는 필시 아버지 쪽의 영향임을 나는 확신한다. 아토피로 상당히 오랜 기간 고생을 했었고 날이 추워지면 손톱 근처 피부 껍질이 벗겨지곤 한다. 어처구니없게도 아버지는 겨울철 내 손을 보고는 자신도 그렇다며 웃는다. 그 외에도 성향 역시 아버지의 그것을 그대로 재현하곤 한다. 하루는 군인이던 아버지가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었다. 어머니는 김밥을 싸서 어린 나와 내 동생을 데리고 아버지 병문안을 갔다. 그러나 아버지는 우리를 그리 달가워 하지 않았는데 김밥 포장 상태가 그 원인이었다. 아버지는 김밥에 담긴 정성보다는 김밥 도시락이 신문지로 둘둘 말려 있는 것에 역정을 냈다.
30대 중반쯤으로 기억한다. 무슨 질문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 대답은 이랬다. "나는 안에 든 것보다 포장이 중요해. 선물을 고를 때도 그래." 직접 싼 김밥을 보고 감사하기 보다는 그것을 싼 신문지를 부끄러워 하던 아버지의 행태가 내게서 다시금 재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 당시 어린 마음에도 아버지가 미웠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내가 그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이다.
화양적과 지짐누름적은 모양과 크기가 전부인 음식이다. 심하게 말해 맛이 없어도 된다. 오직 규격에 맞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은 화양적과 지짐누름적.
화양적
1. 물 끓이기, 소고기 키친타월로 감싸기(핏물 제거)
2. 도라지, 당근, 오이, 소고기(익히면 줄어드니 살짝 길게), 불린 표고 썰기(1X6X0.6cm, 각 2개씩)
3. 도라지와 당근(오래 데치면 물러짐)은 끓는 물에 소금 약간 추가해서 데친 후 바로 찬물로 헹구기
4. 오이는 소금에 버무리기(속만, 겉은 안해도 됨)
5. 표고와 소고기는 양념(간장 1t, 설탕 0.5t, 참기름, 후추, 깨, 다진파/마늘)에 버무리기
6. 노란 지단 부친 후(지단을 완전히 익히기 전 3단으로 접어 두껍게 만들기) 썰기(1X6X0.6cm, 각 2개씩)
7. 도라지, 당근 각각 볶기(참기름, 소금 약간)
8. 오이의 소금기를 물로 헹군 후 식용유를 이용해 살짝 볶기
9. 표고, 소고기(반드시 익힐 것) 볶기
10. 꼬치에 꿰어 내기(순서는 상관 없음)
11. 잣 가루 얹기
※ 각 재료의 규격은 동일해야 하며 꼬치는 정사각형이 되어야 한다.
※ 꼬치의 양 끝단은 1cm 남기고 자르기, 특히 뾰족한 부분을 꼭 자르기
지짐누름적
1. 물 끓이기, 소고기 키친타월로 감싸기(핏물 제거)
2. 도라지, 당근, 표고, 소고기(익히면 줄어드니 살짝 길게), 쪽파 썰기(1x6x0.6cm), 단 쪽파는 6cm만 유지
3. 도라지와 당근은 각각 끓는 물에 소금 약간 추가해서 데친 후 찬물로 헹구기
4. 쪽파는 소금과 참기름으로 버무리기
5. 표고와 고기는 양념(간장 1t, 설탕 0.5t, 참기름, 후추, 깨, 다진파/마늘)에 버무리기
6. 도라지와 당근은 각각 볶기(참기름, 소금 약간)
7. 표고와 소고기(반드시 익힐 것) 각각 볶기
8. 각 재료들을 꼬치에 꿰기
9. 꼬치에 밀가루 바르고 계란물(노른자만) 입혀 부치기(식용유)
10. 꼬치를 제거 한 후 내기(재료가 분리되지 않고 정사각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함)
※ 각 재료의 규격이 동일하지 않거나 지짐누름적에 바른 밀가루가 뭉치면 위 사진처럼 깔끔하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