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한다면 완성된다. [트레일 러닝(Trail running)]

트레일 러닝을 경험하게 된 계기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트레일 러닝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충분히 알아보지 않은 채 참가신청 배너를 클릭했다. 그리고 얼마지않아 출발선에 설 수 있었고 또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 급한 성미도 가끔 괜찮은 결과를 만들어내곤 한다.
트레일 러닝이란 간단하게 말해 '트레일(trail)'을 달리는 경기다. 일반적인 마라톤과는 다르게 산길이나 초원과 같은 험지를 달리는 것으로 내가 참가한 경기(2019 KOREA 50K)는 동두천에 위치한 산에서 치러졌다. 가장 짧은 코스는 10km이고 최대 80km 코스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도전하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남긴다.
1. 다시 달리고자 하는 마음
마라톤 하프코스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렸다. 내심 그것은 나의 작은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트레일 러닝에서 쉬지 않고 달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작한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산길을 올라야 했고 코스의 특성상 오르막과 내리막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오르막은 걷고 평지와 내리막은 달려야 한다. 문제는 달려야 할 순간에 달리기 싫은 마음이 불쑥 올라오는 것이다. 한번 쉬면 두 번 쉬고 싶은 마음이 우리네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트레일 러닝에서는 달리기와 걷기가 자연스럽게 번갈아 이루어져야 한다. 마음을 굳게 먹으라는 말이 아니다. 새는 날고 호랑이는 달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산에서 이루어지는 트레일 러닝에서 달리기와 걷기가 반복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2. 핸드폰
험한 길을 달리는 관계로 간혹 부상을 당하거나 다친 사람을 보게 된다. 만약 혼자 참가했는데 부상을 당하게 될 때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암밴드로 핸드폰을 가져간다면 이런 경우를 대비할 수 있다. 만약 핸드폰이 없는 상태에서 부상을 당했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주최 측에 알려줄 것을 직접적으로 부탁해야 한다. 누군가는 기록이 욕심나 그냥 지나치거나 다른 사람이 도와주겠거니 생각해서 지나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3. 준비물
10km 코스는 따로 준비물이 필요 없으나 그 이상의 코스에는 필수 준비물이 있다고 한다. 트레일 러닝에 재미를 들인 당신이라면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이 준비물을 챙겨야 하는 코스에 출전했다면 당신은 초심자가 아니다. 그리고 당신은 멋진 사람이다.
4. 식사
일반적인 마라톤 경기와는 다르게 경기가 끝나면 식사가 제공된다. 상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소설가 김연수는 '지지 않는다는 말'이라는 산문집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달리기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시작할 때 그렇지 않다면 끝날 때는 반드시 그렇다.' 트레일 러닝도 그랬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조차 결승선을 통과하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고통이 사라진 곳에는 기쁨만이 가득했다.
잘했다. 참가하길 잘했다. 남기고 싶은 기억이 하나 더 늘었다.